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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는 국내 정치에선 ‘반(反)윤석열’ 정서를 기반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교에서는 고비를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특임 공관장 32명을 갑자기 소환한 뒤 최근에야 미·일·중·러 4강 대사 인선을 마무리했으나, 후속 인사 문제로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무엇보다 한미 관 현대그린푸드 계가 삐걱거린다.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조지아주의 한국 공장에서 근무하던 우리 국민 300여 명이 ‘쇠사슬 체포’ 후 송환된 사건이 발생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3500억달러 투자 문제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에서 북·중·러 정상들이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올라 이례적인 단일 대오를 과시한 반면, 한·미 주택청약통장소득공제 ·일 3국 협력은 흔들리는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2일 한국을 ‘반신불수 기형체’라고 비난하면서도 “미국과 마주 설 수 있다”며 미·북 정상회담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경주 APEC을 계기로 이 대통령을 배제한 채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부모가정혜택 그래픽=김성규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22일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출국했다. 전 세계 200여 국 정상들이 모이는 이번 총회에서 이 대통령은 23일 기조연설에서 자신의 동북아 구상을 밝히며, 유엔 안보리 의장국(9월)을 맡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4일 공개토의를 주 금융119 재한다. 이어서 다음 달 31일에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이끌며 ‘경주 선언’을 발표하게 된다.
◇다자 무대서 리더십 발휘… 美·中 의존 줄이고 準동맹 확대해야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유엔 총회부터 APEC 정상회의까지의 약 40일을 대한민국 외교의 방향을 가를 ‘골든타임’으로 삼아 여자 직업군인 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유엔과 APEC 무대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 한미 및 한중 관계를 안정시키고, 한·미·일 정상회의도 추진해 우리 외교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지난 6월 취임한 이 대통령에게 유엔 총회와 경주 APEC은 자신의 외교 구상을 밝히고, 리더십을 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각종 정상회담과 주요 외교 행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강대국 되는 길 개척해야”
유엔과 APEC에서 이 대통령이 외교 비전을 제시하며 대한민국의 영향력과 국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05년 부산 APEC, 2010년 G20 정상회의, 2012년 핵 안보정상회의 등 중요한 다자회의를 치르면서 ‘주변국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왔다. ‘2030 대한민국 강대국 시나리오’의 저자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국제교류재단 이사장)는 “미국과 중국이 국제 질서 설계 경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5~10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도 이 설계에 함께 참여해 강대국이 되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신화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이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동한 계엄 극복과정의 민주주의를 언급하기보다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보편적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정청래(맨 왼쪽) 민주당 대표와 강훈식(맨 오른쪽)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배웅했다. /뉴시스


APEC까지 한 달여 남은 기간에 이 대통령이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양자 관계는 역시 한미 동맹이다. 이 대통령은 첫 회담에서 트럼프를 ‘피스 메이커’, 자신을 ‘페이스 메이커’라고 표현하며 긍정적 인상을 남겼지만, 아직 확고한 신뢰 관계가 구축된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30개월 이상의 소고기, 미국 쌀 수입 문제 등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경주 APEC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1년 만에 방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핵심 경제 협력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양국간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보다는 서로가 필요한 실질적인 경제 협력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외교 다변화 전환점 만들자
경주 APEC을 계기로 미·중 정상이 동시에 방한하는 것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다. 한국은 정치·군사·경제적으로 미·중 사이에 위치해 있는 만큼,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최근 “이 대통령이 미·중 간 긴장을 완화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면 한국의 글로벌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유엔 총회부터 APEC까지의 골든타임은 외교 다변화를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중견국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유엔 총회를 계기로 EU 회원국이자 G7 국가인 프랑스·이탈리아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가지며 경주 APEC에는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캐나다와 호주 정상도 참석한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준(準)동맹' 국가들을 다수 확보, 외교적 지지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경주 APEC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23년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정식 출범한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를 서울에서 복원한다면 북·중·러 결속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고위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일 정상회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이 대통령이 외교력을 발휘하면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