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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마을 세일럼에서 주민 200명이 구금되고 19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극 중 하나인 ‘세일럼 마녀재판’ 사건. ‘미국의 양심’으로 불렸던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는 1953년작 ‘시련(The Crucible)’에서 이 이야기를 다뤘다.
연극 ‘시련’이 잇따라 우리 무대에 오른다. 11~13일 부산문화회관에선 부산시립극단이 극단 ‘작은신화’ 최용훈(62) 대표의 연출로, 24~28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선 인천시립극단이 외환은행 전세자금대출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이성열(63) 예술감독의 연출로 ‘시련’을 무대에 올린다. 지난 4월엔 요즘 각광받는 신유청(44) 연출가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이 작품을 올렸다. 바야흐로 ‘시련’의 시대다. 우리 연극은 왜 지금 이 이야기에 주목할까.



미국 역사상 사업자저금리대출 최악의 17세기 마녀 재판 사건을 그린 아서 밀러 작 연극 '시련'이 잇따라 우리 무대에 오른다. 극단 '작은 신화' 최용훈 대표가 연출하는 부산시립극단의 '시련'(왼쪽 포스터)은 오는 11~13일 부산문화회관에서,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인천시립극단의 이성열 예술감독이 연출하는 '시련'(오른쪽 포스터)은 24~28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부 기업은행 마이너스통장 발급대상 산시립극단·인천시립극단


연극은 입지가 불안정한 교구 목사의 딸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리면서 시작된다. 흑인 노예와 마을 소녀들이 깊은 밤 숲속에 모여 춤추며 금기된 장난을 벌인 데서 비롯된 소문은 금세 마녀의 존재를 진실로 만든다. 개인들이 숨겨온 추악한 진실과 속물적 욕망들이 뒤얽히면서 마을 사람 가계일반자금대출 들은 서로를 고발한다. 가짜 뉴스, 편 가르기, 마녀사냥…. 종교 재판은 참혹한 결과를 낳는다.



지난 4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시련'(연출 신유청) 공연 장면.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아서 인천 개인돈 밀러는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의 유진 오닐(1888~1953),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그는 1950년대를 휩쓴 매카시즘 광풍에 휘말려 1958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모진 고난을 겪었다. 1953년 작 ‘시련’은 자연스럽게 작가가 시대에 들이댄 신랄한 풍자와 비판의 칼날이 됐다. 개개인의 끝없는 이기심, 비뚤어진 자기 확신, 신념에 집착하는 권력자들의 횡포가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고 사회를 망가뜨리는지 드러내는 작가의 시선은 얼음처럼 차갑다.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다 실화이고, 등장인물도 다 실명이라는 게 더 소름 끼친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이성열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은 아서 밀러 작 '시련'. /인천시립극단


지금도 ‘시련’이 유효한 것은 어쩌면 이 작품이 여전히 우리 사는 현재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용훈 연출가는 “비합리적 맹신에 사로잡힌 채 무리 지어 ‘내 편’ 논리를 밀어붙이고, 상대를 죽일 듯 공격하는 극단적 쏠림 현상은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한번 돌아볼 만한 얘기”라고 했다.



17세기 미국의 ‘세일럼 마녀재판’ 사건을 다룬 연극 ‘시련’에서, 흑인 노예 소녀와 또래 동네 아이들의 거짓말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인천시립극단


이성열 연출가는 “처음 마녀사냥은 아이들 거짓말로 시작되지만, 토지 소유권 등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서로를 고발하고, 목사와 법관 등 권력층이 종교가 독점한 권위를 정적 제거와 권력 강화에 악용하면서 참극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권력 교체기에는 신하가 왕을 죽이고 왕위를 뺏는 ‘맥베스’가, 그렇지 않을 땐 집단 광증과 거짓말 잔치를 그리는 ‘시련’이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가짜 뉴스로 쌓아올린 엉터리 ‘가짜 세계(fake universe)’를 깨뜨리고 고결함을 되찾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