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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냐. 나는 단순한 나가 아니다. 나의 부모의 분신이요, 나의 조상의 대표요, 나의 가문의 결정이요, 나의 집안의 상징이요, 나의 혈족의 후예다. 나의 존재 속에는 나의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고, 할아버지가 있고, 할머니가 있고, 나의 조상의 생명과 영혼이 있다. 나는 나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나의 영광은 부모의 영광이요, 나의 치욕은 부모의 치욕이다. 나의 승리는 조상의 승리요, 나의 패배는 조상의 패배다. 나의 면목은 나의 가문의 면목이요, 나의 자랑은 나의 집안의 자랑이다. 우리는 뿌리를 생각하고 내 존재의 근원과 통신비 계정과목 의미를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이 글은 정주현(鄭珠鉉, 1920-2018)이 자신의 일생을 기록해 놓은 '자기록'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정주현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근·현대까지 살다가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하직한 여성 인물이다. 정주현은 남편 송충호(宋忠鎬, 1920-1 회생신청자격 990) 사후,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삶의 여정을 돌아보며 자신의 일생과 남편의 일생을 각각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 2년간 기록에 매달렸고, 1992년 10월 1일 글을 마쳤다. 이 때 정주현의 나이는 일흔 세 살이었다. 그러니까 '자기록'은 일흔 한 살에 시작하여 일흔 세 살에 마친 셈이다.
정주현은 위의 글에서 자신과 아이폰통신요금 친정의 부모·조부모·조상으로 이어지는 혈족의 연속성, 피로 이어지는 생명의 면면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였다. 나의 영광·나의 치욕·나의 승리·나의 패배·나의 면목·나의 자랑이 모두 부모와 조상, 가문의 뿌리 속에서 그 근원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생명이 동아줄 같은 핏줄로 이어지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를 성찰하였다. 그리고 한국텔레마케터 자신은 결코 단순한 존재가 아님을 은연 중 자부하였다.



1938년 3월 3일 촬영된 정주현·송충호 부부의 혼례사진. 송영문 씨 제공


◇'자기록'에 기록된 정주현의 삶=정주현은 하동정씨로 아버지 정재안(鄭在顔)과 어 스마트저축 머니 진양하씨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경남 함양군 수동면 우명리 효리 마을이다. 효리는 일두 정여창(鄭汝昌, 1450-1504)을 기리는 남계서원이 있는 마을이다. 정여창은 김굉필·조광조·이언적·이황과 더불어 동방오현으로 불리고, 문묘에 종사된 해동 18현의 한사람인데, 정주현은 바로 그 정여창의 후손이다.
정주현은 18세(1937년)에 장티푸스를 심하게 앓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였다. 19세 때인 1938년 3월 3일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 1836-1905)의 증손자 송충호와 혼례를 치렀다. 송병선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고종황제에게 을사오적의 처단과 늑약파기를 건의하는 상소를 올렸는데, 끝내 국권찬탈의 울분을 못 이겨 순국으로 생을 마감한 애국지사이다. 송병선은 우암 송시열의 9세손이다.
정주현은 혼례를 치르고 나서 3년간을 친정에 머물러 살았다. 혼인 후 바로 시댁으로 가지 못한 사유는 시댁의 경제적 이유가 컸기 때문이다. 친정에 머무르던 시기에 남편의 지시가 떨어졌다. 시부모 내외, 시조모, 생가 시조부 내외, 시백모, 시고모 내외, 시이모 내외, 시외숙 내외에게 한 달에 두 차례씩 문안편지를 쓰라는 것이었다. 정주현은 그렇게 3년간 문안편지를 쓰며 송씨 가문의 사람으로 동화되어 갔다고 했다. 새댁 송실(宋室) 정주현은 이 때의 일에 대하여, "창오지(창호지) 온 장에 줄을 맞추어 쓰(써서) 부치고 나면 얼마나 힘이 들고, 시댁이 이런 건가를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정주현은 1940년 4월 논산시 양촌면의 시댁으로 와서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슬하에 4남 3녀를 낳았는데, 딸 한 명은 네 살 때 홍역으로 죽었다. '자기록'에 의하면,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의 형제들과 자신의 어린 자녀들을 돌보며 농사·가축·양잠을 하였고, 과일나무를 심어 시장에 팔아 가정 경제를 이끌어 나갔다. 틈틈이 삯바느질은 물론 남의 집 방아 찧어주기·홀태로 남의 벼 훑어주기를 했는데, 결혼 전에는 해 보지도 않았던 온갖 일들을 닥치는 대로 했다.
정주현은 가난한 연재 선생의 증손부로 살아가면서도, "꼭 송문(宋門)을 일구어 놓고 잘 살겠다"는 각오로 인내하였다고 한다. 정주현은 곤궁한 시집살림의 경제적 고통과 극복과정에서 친정아버지의 다음과 같은 말을 눈물로 가슴에 새기며 위로받았다고 썼다.
"송실아! 종손은 예로부터 굶지 않는다. 사람은 겸손의 덕을 가지면 만사가 형통하고 반드시 유종지미를 거둘 수 있느니라.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으니라. 이 세상에 유종지미를 거두는 것처럼 좋은 것은 없느니라."
이후, 정주현의 피땀과 인고의 노력으로 살림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정주현은 시부모가 살고 있는 양촌과 자녀들의 학업에 따른 대전 살림을 병행해 나갔다. 그런 와중에도 4대 봉사와 손님 대접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요구했던 '봉제사접빈객'의 덕목을 현대에까지 실천하면서 살다 간 여성임을 알 수 있다.
정주현은 시부모와 남편이 모두 졸하고, 자녀들이 성장하여 학업을 마치고 취업하면서 경제적 안정기를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4남 2녀를 모두 훌륭하게 성장시켰는데, 인생 만년이 되어 가면서 슬하의 자녀들이 다 떠나고 홀로 남아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비로소 책을 펴서 보게 되었고, 담담히 인생사를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정주현의 글쓰기는 관념세계가 아닌, 정주현 자신의 삶과 체험을 글로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과 감동을 보여준다.



정주현이 지은 큰오빠 정효현을 곡한 제문. 송영문 씨 제공


◇정주현이 남긴 문학작품=정주현의 문학작품은 '자기록' 이외에도, 한글제문·시·수필·간찰 등 다양한 영역의 작품을 남겼다. 특히 남편의 생애를 기록한 글은 '한글로 풀어 쓴 남편의 행장'이라 할 수 있다. 한글제문은 친정오빠의 1주기를 당하여 애달프고 원통한 마음으로 눈물 흘려 쓴 내용이다.
정주현은 '자기록'과는 별도로 팔십 인생의 뒤안길에서, 그 허허롭고 쓸쓸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시를 읊기도 하였다. 85세 때 작품이다.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1장)수래가 노래 소리 시끄러운 도시에 / 한 구석 홀로 외롭게 있노라니 / 봄을 등진 늙은 나의 인생이여 / 이마에 주름을 지부린 / 팔십니 되엊나이다. (2장)금옥이 집에 가득해도 / 내겆이라 할 수 없고 / 자손들도 결국은 허틀이며 / 남이나 다름없네. (3장)세상사도 나와는 과게 없고 / 천하에 나아 친한 사람 어데 있으리요. / 뜬구름 갇은 인생 몸에 병만 남고 / 해진 푸른 산 너머로 / 고향 바라보니 슬푸구나. (4장)지난 일들이 생생하게 기역 나는대 / 창공에 저 반달은 내 마음 앓으리라.(정주현 작, '무제(無題)')
이 시는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한 구석진 곳에 외롭게 처해 있는 자신의 모습으로 시상을 열고 있다. '뜬구름 같은 인생사, 병든 몸, 해가 진 푸른 산, 고향을 바라보는 마음, 창공에 떠 있는 반 달'등은, 봄을 등진 수구초심 나이의 감성이 잘 표현되어 있는 시구이다. 정주현은 또 벽에 걸린 지나간 달력을 찢어 그 이면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써 놓기도 했다. "내 생명의 뿌리여, 근원이여! 보라, 언덕에 선 이 사람을 보라!"라고.
정주현은 영남의 명가 넉넉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 급격하게 가세가 기울어진 애국지사 송병선 선생의 증손부로 살아가면서 근·현대사 100년의 증인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6·25 전쟁을 겪으며, 한 가문을 일궈 낸 강인한 여성상이 '자기록'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문충사 정려각에 걸린 '정려'와 '정려기'. '정려기'는 정주현의 남편 송충호가 쓰고, 정주현이 새겼다.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