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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정상이 1일 열린 양자 회담에서 손을 맞잡으며 '한중관계 회복'의 문을 열어 제쳤다. 특히 경제·민생 분야 협력이라는 실질적 성과도 거뒀다. 다만 대북 대화 물꼬를 트는 데 역할을 해달라는 우리 요청에 중국 측 반응은 미지근했다. 핵추진 잠수함, 서해 구조물 등 껄끄러운 의제에 대한 속 깊은 대화도 뒤로 미뤄졌다. 이재명 정부 첫 상견례는 무사히 마쳤으나 안보 분야 갈등의 불씨는 끄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우리카드 하이패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100분간의 정상회담과 70분간의 국빈만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30여 년간 양국이 발전시켜 온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는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은 사회 제도와 이데올로기적인 차이를 넘어 각 창업지원제도 분야 협력을 통해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며 공동의 번영을 이뤘다"고 화답했다.
특히 경제·민생 분야에서의 성과물이 적지 않았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인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한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의 채널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 거치기간제한 다. 회담 뒤 양국은 초국경 사기범죄 공조, 2016~2030 경제협력 공동 계획, 실버 경제 분야 협력 등의 분야에서 6건의 양해각서(MOU)와 통화 스와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시 주석 국빈 방한의 준비 기간이 짧았던 데 비해 적지 않은 협력 포인트들을 찾아낸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건전한 무역질서를 만드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사퇴 는 게 상호 민생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양국 공감대를 재확인했다"며 "두 정상 간 첫 대면에서 민생·경제 중심으로 교류를 강화하자고 한 건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비핵화' 표현은 외면한 중국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시중은행금리인하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친교 시간에 한중 정상이 준비한 선물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본비자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했고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 스마트폰과 문방사우 세트를 선물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여기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일 열린 브리핑에서 "양측이 미북(북미)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면서도 "단 구체적으로 대북 대화 재개에 있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정세의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측 발표에도 '한반도 비핵화' 등 북한을 자극할 만한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전승절(9월3일) 열병식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보유를 우회적으로 인정했다"며 "비핵화 의제를, 그것도 남측과 논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흐름에서 중국으로선 북중러 연대를 다잡아 놓기 위해선 남측보다 북측 입장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서해구조물, 한한령, 핵잠 등은 언급만?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 연합뉴스


중국의 서해 한중 잠정 수역에 설치한 철제 구조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등에 관한 뚜렷한 이견 해소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 위 안보실장은 "실무 협의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에서 언급만 하고, 차후 과제로 넘긴 셈이다. 또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논의 여부에 대해 위 안보실장은 "다양한 안보 이슈가 다뤄졌다"고만 설명했다. 일정 수준의 중국 측 우려가 회담장에서 노출됐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결국 한국의 의제인 서해 구조물, 한한령과 중국의 의제인 핵잠 문제가 모두 거론은 됐지만 이렇다할 양측 간 이해가 도출되진 않은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경제 실질 분야에서 뚜렷한 결과물들이 나온 반면 안보 분야 민감 의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미뤄진 셈"이라며 "갈등 요소를 품고 한중관계 관리 모드에 돌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경주=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