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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증훈보설 작성일25-10-29 13:24 조회2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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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작가는 수상소감에 이렇게 썼다. “어떤 것을 열렬히 사모하다 못해 미쳐버toptv
리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런 열망을 나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그런 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고 살며 낭패를 본 사람에 대해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오랜 문우가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20년 만에 첫 소설집을 냈다. 책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그야말로 진짜 작가가 된 것이다. 고민 없이 선약을 미루고 북토크에 참석실적호전주
하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인적 드문 골목에 자리한 작은 독립 서점이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종이책을 사지 않고, 그날은 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도 서점은 독자로 북적였다. 매대에 쌓아둔 갓 출간된 수십 권의 책이 순식간에 팔렸다. 오랜 강의 경력이 무색하게 문우는 무척이나 긴장한 모습이었다. 일부러 몇 가지 질문을 준비단기투자종목
해 갔지만,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소설을 이야기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북토크가 끝난 뒤 뒤풀이 자리에 남은 사람은 열 명 남짓이었다. 대부분 문우의 문예창작과 동창으로, 한때는 모두 작가를 꿈꿨지만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추억에매드나인
잠겼다. 나는 미술대학에서 그림을 그렸다. 서양화과였는데, 2학년까지는 소묘와 모작을 하고 3학년부터 창작 수업을 들었다. 창작 수업은 미술대학 수업의 꽃이었다. 동기들은 창작의 고통을 기꺼이 즐겼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창작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낭패였다.강한종목

그즈음 서양미술사 교수가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보자며 유럽 여행을 제안했다. 교수의 개인 사정으로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그 일을 계기로 가까웠던 동기와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서유럽 8개국을 한 달 동안 돌아다녔다. 갤러리란 갤러리는 다 찾아다녔다. 동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림 앞에서 넋을 놓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그 정도로 미술 작품에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생각이 복잡해지면 자신을 이렇게 달랬다. 꼭 좋아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어떻게 사람이 좋은 것만 하고 살겠어?
후에 내가 작가가 되어 소설집을 냈을 때 그 동기는 말했다. “네가 언젠간 작가가 될 줄 알았어.” 동기는 오래전 배낭여행의 기억을 꺼냈다. “길을 잃거나 기차를 놓치면 보통은 당황하잖아? 그런데 넌 어땠는지 알아? 꼭 굉장한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했어. 밤에는 또 어땠게? 불을 끄고도 끝없이 이야기를 지어냈잖아. 덕분에 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니까.” 돌이켜보니 나는 미술관보다는 태양이 작열하는 뜨거운 거리를 걷는 것이, 정처 없이 헤매다 마주치는 해바라기밭이 더 좋았다.



북토크의 뒤풀이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날 밤의 화두는 단연 문학이었다. 몇몇은 여전히 작가를 열망한다고 고백했다. 그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여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두었다. 내 표정은 며칠 후에 볼 수 있었다. 문우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북토크 사진에서 나는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 없이는 나올 수 없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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