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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달아올랐다. 듯한 뭔가 를 퇴근 씨?가을,/ 간이역/구석진 곳부터 싸늘히 식고 있다// 고개 돌린 해바라기가 건너다보는 들녘/ 하롱하롱 고추잠자리 떼/ 액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직한 담장에 기대어선/ 개망초 시든 이마 쓰다듬고 있다// 기차는 좀처럼 오지 않고// 시선 자주 역사 밖 철로를 서성이는 여자/ 비스듬히 길어진 그림자/ 흔들어 깨우는 스피커의 비음/ '새마을호 열차를 먼저 보내는 관계로 무궁화 열차가 연착하겠음'을/ 알리는 사이 저무는 들녘/ 뻔한 길 속으로 휘어진 햇살/ 꽁무니 말아 쥐며 달아나고 있다// 언제쯤 기차는 여자를 만나러올까
『기차는 올까』(2014, 작가세계)
시는 스스로 존재한다. 시는 해석 이전에 이미 거기 있다. 말과 사물의 관계는, 언어 이전에 도래하는 어떤 사건이다.황금성릴게임
사랑보다 더 긴 기차가 없듯, 이별의 아픔보다 더 오래 남는 기적소리가 있을까. "개망초" 핀 간이역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시간이 긴가를…. 사랑의 기억은 마음을 찢기 때문이다. 질투하고, 흐르고, 갈망하고, 부딪히며, 사랑은 혼돈의 소용돌이를 만든다. 떠난 사랑은 영원히 두 개의 철로가 된다. 정말, 그 "여자"는 "기차"윌비스 주식
를 탔을까? 언제나 그것이 궁금하였다. 부재(不在)와 도착(倒着), 혹은 기다림의 허무와 외로움을 대비시킨 이 시는, 고도를 기다린다. 언젠가 반드시 오고야 마는 그 기차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허무'의 은유로 읽힌다. 김기연(1963~, 경북 의성 출생)의 「기차는 올까」는, '밖'의 풍경을 통해 '안'의 내면을 깊이 젖게 한다. 인간은 늘 무언인터넷신천지
가를 기다린다. 저마다의 "가을,/간이역"에 서서 오지 않는 '고도(Godot)'를 기다린다. 이 실존적 물음은 빈 "액자" 속의 풍경처럼 신기루 같기도 하다. "구석진 곳부터 싸늘히 식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언제나 인간을 으슬으슬 춥게 하는 법이다. 하여, 그녀는 "고개 돌린 해바라기"를 "건너다보는 들녘"이 되어, 시상(詩想)을 전환한다. 이 기막힌 초보주식투자방법
시각의 이동은, 그녀의 내공을 짐작케 한다. "기차는 좀처럼 오지 않고", "시선 자주 역사 밖 철로를 서성이는 여자"가 되어, 혹, 저 멀리 뛰어올 '나의 사랑'을 기다린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 서정적인 이 장면은, 끝내, "하롱하롱 고추잠자리 떼"가 되어 하늘로 사라진다. "비스듬히 길어진 그림자"는 흔들리는 그녀의 불안의 창(窓)이다. 그렇다.KODEX보험 주식
「기차는 올까」는, '아무리 고도를 기다려도 기차는 오지 않는다'와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여전히 고도는 우리 곁에 있다'는, 놀라운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그 "뻔한 길 속으로 휘어진 햇살/ 꽁무니 말아 쥐며 달아"난, 그 못된 "새마을호 열차"를 원망하면서도, "무궁화 열차"는 잃어버린 사랑을 기다리며, 평생 간이역 철로 위에서 기다린다. 아, 정말 그 사랑의 "기차는 여자를 만나러 올까?"
김동원 (시인·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