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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전남 장흥군 장평면 임리. 읍내에서도 차로 30분 떨어진, 편의점 하나 없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황금빛 논이 이어지다 ‘농산어촌 유학 마을’이라고 적힌 팻말이 나타났다. 1만2966㎡(3929평) 부지에 주택 10동이 들어서 있었다. 이날 오후 초등학생들이 마을 초입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잔디밭으로 달려가 폴짝거리는 방아깨비를 따라다니며 놀았다.
이곳은 장흥군이 지방소멸대응기금 30억원을 들여 지난 3월 폐교 부지에 지 상가대출이자 은 마을이다. 장흥 인구는 3만4212명(8월 기준)으로, 10년 새(2015년·4만3513명) 1만명 가까이 줄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40%에 달한다. 이에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도시 학부모와 학생이 ‘농촌 유학’을 할 수 있게 마을을 만든 것이다. 50㎡(15평), 60㎡(18평)짜리 모듈러(조립) 주택 10동을 짓고, 설명회를 열어 입주민을 모집 신한은행 자유적금 했다. 자격은 단 하나.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가정’이다. 월세 12만~14만원에 집을 빌려줬고, 가구당 월 30만원씩 유학비도 지원한다.
서울·경기·대전 등 도시 사람들 34명이 입주했다. 초등학생 9명, 중학생 5명 등 14명이 전학을 오자 장평초, 장평중도 붐비기 시작했다. 장평초(28명)와 장평중(34명) 전교생 그리스채무불이행 62명 중 23%가 ‘유학생’이다.



20일 전남 장흥군 장평면 임리어곡길66 10가구 농촌유학마을./김영근 기자


오윤정(41·사서)씨는 경기 수원에서 맞벌이하면서 초2 딸, 네 살 아들을 키우다가 남편(반도체 엔지 대보험 니어)과 같이 휴직하고 장흥에 왔다. 매일 늦게 퇴근하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 농촌 유학을 떠나기로 했다. 장흥을 택한 건 ‘이웃’ 때문이었다. 오씨는 “10가구가 모여 있으니 잠시 외출할 때 이웃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음식도 나눠 먹는다”고 말했다.
장흥 명지대 기숙사 초는 판소리, 골프, 발레 등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운영한다. 유학 마을 아이들도 읍내 학원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학교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씨는 “여기서 애가 학교가 재밌다고 하는 걸 보면서 예전에 150만원씩 주고 영어 유치원을 보낸 건 애 행복이 아니라 나의 만족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면서 “내년에도 장흥에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강영아(37)씨는 중2 아들, 초6 딸과 함께 ‘농촌 생활’을 하고 싶어 ‘주말 부부’를 감수하고 장흥에 왔다. 판교 IT 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1~2주에 한 번씩 집에 온다. 부부는 국내 곳곳으로 가족 여행을 다녔는데, 자연에서 즐거운 아이들을 보며 ‘농촌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씨는 “여긴 금방 어두컴컴해져서 애들도 9시면 자고, 아침 5~6시에 일어난다”면서 “도시에선 상상도 못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흥군은 유학 마을이 성공했다고 보고 앞으로 마을 2곳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모두 폐교 부지에 지을 예정이다. 장흥군 관계자는 “폐교도 활용하고 주민도 늘려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전국 폐교는 2020년 3834곳에서 올해 4008곳으로 5년 만에 174곳(4.5%) 늘었다. 그중 장흥 25곳을 포함해 전남이 854곳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폐교를 막기 위해 도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장흥처럼 주택을 새로 짓기도 하고, 빈집을 수리해 저렴하게 빌려주기도 한다. ‘특색 사업’을 하기도 한다. 전북 진안군은 ‘아토피 치유 마을’을 만들고, 인근 학교도 ‘아토피 안심 학교’로 만들었다. 교실 바닥엔 편백나무를 깔고, 족욕 등 피부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학생을 모집한다. 전남 보성군 문덕면에 있는 문덕초는 바리스타, 댄스 같은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군은 빈집을 수리해 유학 가정에 제공했다. 유학생 덕분에 2023년 15명이던 전교생이 올해 25명으로 늘었다.



20일 전남 장흥군 장평면 임리어곡길66 농촌유학마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군데 모였다/. 김영근 기자


자녀를 자연에서 뛰놀게 하고 싶은 부모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2021년부터 전남, 전북, 강원 등 교육청과 업무 협약을 맺고 농촌 학교로 6개월~1년간 유학 보내는 사업을 하고 있다. 월 30만~50만원 유학비도 지원한다. 농촌 유학을 떠난 서울 학생(2학기 기준)은 2023년 248명, 2024년 352명, 올해 443명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엔 인천시교육청과도 협약을 체결해 내년부터 서울 학생들은 강화·옹진섬으로도 농촌 유학을 떠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