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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후 서울고등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일국의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 등을 이유로 직권남용죄로 기소되다니,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매년 수만 건의 상고 사건에 허덕이는 대법원을 위한 하청법원인 상고법원을 만들기로 다짐한 때부터일 것이다. 대법원을 수백, 수천 건의 중요 사건만 다루는 정책법원으로 탈바꿈시키면 헌법재판소와의 최고법원 위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욕망도 함께 품었을 골드몽릴게임릴게임 것이다.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 등은 사법부의 모든 자원을, 심지어 신성한 재판 기능까지도 차출해 상고법원 신설과 헌재 이겨먹기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이 전방위 로비의 결과물이 박근혜 정권 시기 발생한 이른바 사법농단이다. 다수 체리마스터모바일 의 재판들이 먹잇감이 되어 상고법원 설치와 대법원 위상 강화를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대법원 판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 개입 사건, 공중보건의 기간이 사학연금 재직기간에서 제외되는 것이 위헌이라고 다툰 사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으로 소속 의원들이 의원 지위를 잃는지를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다툰 사건 등등.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나 법관들의 연구회는 사찰의 대상이 되었다. 2015년 상고법원에 반대해 1, 2심 법관 수를 3~4배 늘려 하급심을 강화하자는 연속 칼럼(〈시사IN〉 제418~422호 ‘현직 판사의 작심 고언’ 참조)을 〈시사IN〉에 게재한 나도 사법농단의 유탄, 아니 총격을 정면으로 맞았다.
릴게임한국
징계 검토, 나도 몰랐던 주변의 법관들을 통한 회유, 재산등록사항 불법사찰 등등. 2017년 양승태 대법원장 등이 제왕적 대법원장, 상근 관료법관 중심의 법원행정처 체제를 비판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개최를 방해한 시도가 판사들의 반발을 사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시작되었다.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개최되고 수차례 법원 차 바다이야기게임2 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 개입 등의 행위를 벌인 법관들이 직권남용죄 등으로 기소되어 유무죄 판결을 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겸 전 법원행정처장의 경우 2024년 1심에서는 40여 개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비록 그중 두 개만 유죄로 바뀐 것이긴 하지만, 올해 1월30일 내려진 항소심(2심) 판결에서는 어떻게 유죄가 가능했을까. 우선 1심의 무죄 논리를 이해해보자. 당신이 판사다. 사법행정권을 담당하는 대법원장, 법원장, 수석부장판사가 차례로 전화해서 당신이 하는 재판에 대해 “이렇게 해”라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이게 직권남용죄가 되는가? 안 된다는 게 기존 대법원 판결(2021도11012,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건)과 이에 따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1심 판결의 기묘한 결론이었다. 재판독립은 신성하여 설사 사법행정권자인 법관이더라도 재판부의 판단에 개입할 직권이 없으니, 사실상 재판에 개입해도 직권남용죄는 무죄라는 것이다. 기상천외하지 않은가. 1심이든, 2심이든 재판 개입의 사실관계는 달라진 것이 없다. 율사들의 기만적 법기술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만들어줬을 뿐이다.
들이받혀 체면 구긴 ‘법관 면책용’ 법리
1월30일 참여연대·민변 관계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2심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잘 보면 사법행정권자가 재판 관련해 가지는 일반적 직무권한으로 재판과 사건 접수, 기록관리 등 행정사무, 재판 관련 사법지원, 협조요청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면, 즉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인 재판 개입을 하면 직권남용이 되지 않나. 여기서 대법원은 사법행정권자의 재판 관련 직무권한을 여러 개로 쪼갠 다음, 그중 재판부의 판단 관련하여 재판 개입을 할 권한만 쏙 빼내어 이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될 수 없다는 신형 법기술을 선보였다.
종전부터 이런 논리를 폈다면 대부분의 직권남용이 무죄가 되었어야 한다. 위법·부당하게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에 관한 권한만 쪼개서 적시한 다음 이런 위법·부당한 행위를 할 직권은 허용될 수 없으니 직권남용죄는 무죄라고 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에는 이런 쪼개기 기술을 구사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번 양승태 항소심 판결은 원세훈 국정원장 직권남용 관련 대법원 유죄판결을 비롯하여, 유사한 사안에서 월권적 직권남용에서 일반적 직무권한을 인정해 유죄를 인정한 다른 대법원 판례를 5개나 제시했다. 이런 기존 대법원 판결들과 달리 유독 사법행정권자인 법관의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만 후안무치의 법관 면책용 법리를 만들어낸 대법원 2021도11012 판결은 대법원의 일반적이고 확립된 견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전에는 이른바 월권적 직권남용죄도 당연히 유죄라고 하더니, 법관들이 기소되자 월권적인 행위를 요구할 직무상 권한은 없으므로 무죄라는 법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꼬집은 것이다. 정면으로 들이받혀 체면을 구긴 위 대법원 판결의 주심은 민유숙 전 대법관이었고, 현 대법관 천대엽(직전 법원행정처장)이 재판장이었다. 그 외에 전 대법관 조재연(전 법원행정처장), 전 대법관 이동원(현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소부를 이루어 판결했다.
직권남용죄는 2가지 행위유형, 즉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과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판시가 있다. 양승태 항소심 판결은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에게 의무 없는 일로서 재판독립을 침해하는 보고서 작성 등을 하도록 한 것 외에,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재판권 행사를 방해하는 유형의 직권남용죄를 인정했다. 법관의 주관적·내부적 심증 형성 과정은 외부에서의 객관적 검증이 어렵고,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재판 과정의 외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재판 관여 행위로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초래되어 신뢰받지 못하게 되면 그것으로 재판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방해된 것이라고 보았다.
2018년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승소한 피해자와 유가족. ⓒ시사IN 신선영
항소심 판결의 위 2가지 법리는 높이 평가할 부분이지만, 무죄가 난 나머지 45개 공소사실에서의 항소심 판결의 논리 중에는 넘어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 따라서 검찰의 상고장 제출과 무죄 부분을 다투는 상고이유서 제출이 필요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만 상고하거나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상고이유서에서 무죄 부분들을 다투지 않으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부분은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들을 다퉈야 할까.
우선 공범인 법관들은 유죄이지만 양승태·박병대 피고인의 공모를 입증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가 난 부분들이 너무 많다. 대법원이 기존에 범죄집단의 우두머리나 지능범죄 지휘자, 기업 수장들처럼 직접 실행행위를 분담하지는 않기 마련인 배후인물을 처벌하기 위해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던 기준과 비교하면 너무나 엄격한 공모 인정 기준이 적용되었다.
재판의 공정에 대한 의심을 초래할 만한 부적절하거나 위법한 행위이지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만한 위법성, 비난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나온 부분도 다퉈야 한다. ①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관련하여, 외교부 입장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실로 전달한 것, 청와대 설득, 대응 관련 보고서 작성 지시 ②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보고서가 대법원 사건 접수도 전에 재판연구관실에 전달된 것 ③서기호 국회의원 재임용 탈락 사건 관련 재판절차 개입이나 재판을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는 위법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 작성 지시 등을 무죄로 만든 논리이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그 부적절함과 위법의 정도는 충분히 형사처벌할 정도라고 본다. 재판독립이 그렇게 가벼운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무죄판결 이유 중 가장 위험한 부분은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등 사법행정기구가 사법행정권 행사를 빌미로 재판 기능을 건드린 지점들 다수를 사법행정권 범위 내에 있다고 본 부분이다. ①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여러 판결 시나리오를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작성하게 한 부분 ②청와대에 전달할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보고서 작성 지시 ③통진당 해산결정 후 의원직 상실을 다툰 행정소송 관련하여, 대응 TFT 구성원이나 심의관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거나 조한창 수석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를 통해 반정우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 의견을 전달한 부분 ④비판적 의견을 가진 법관들의 표현의 자유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모 관련 보고서 작성 지시, 대한변협 압박,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 법관 징계, 사법행정위원회 추천 개입 관련 보고서 작성 지시 등을 사법행정권 범위 내에 있다거나 직권남용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고 보았다. 최고 사법행정권자이자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의 지위를 다 가진 제왕적 대법원장과 이를 보좌하는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빙자하여 재판 기능을 침식해 들어갔다. 이러한 사법행정권자의 진화된 세련된 재판 개입 책략을 예방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조장·허용하는 취지의 판시이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즉각 상고한 상고심 판결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다룬 다음, 기존 대법원 판결의 부끄럽고 장난스럽기까지 한 법리를 정면으로 깨야 한다. 시민들과 언론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상고심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법리는 사법부의 독립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합에 직권 회부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사건보다 더 중요한 법리이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의 무죄판결 부분을 파기하여 환송하는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사실을 변경하여 다툴 부분도 있다. 항소심 판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일본 기업에 유리한 외교부 의견을 제출받기 위해 벌인 행위는 충분히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본 기업 측을 대리한 법관 출신 전관인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를 재판 외에서 독대해 그 정보를 유출한 행위에 초점을 두어 공무상비밀누설죄만 기소되면서 정작 위 위법·부당한 행위에는 유죄판결이 내려질 수 없었다. 공소사실 동일성 등 법리적 이슈가 있겠지만 직권남용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형태로 공소장을 변경해 다퉈볼 필요가 있다.
항소심 판결이 하급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재판권에 관한 권리행사 방해는 인정하면서,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법관인 김용덕 대법관을 비롯하여 대법관들의 재판권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는 인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특히 공소사실에서 심의관 등에 대한 보고서 작성 지시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기소한 것이 많은데,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관, 재판연구관 등의 재판권 행사를 방해하는 형태의 공소사실도 대폭 추가하여 다툴 필요가 있다.
최고법원으로서의 자격이 달린 판결
2018년 10월30일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 참석한 대법관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재판 관여 행위로 해당 재판의 당사자들인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관한 권리행사가 방해된 부분이 공소사실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재판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권리행사 방해 사실을 재판 개입이 문제가 된 공소사실에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이 파기환송심에서 일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슬프게도, 만약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원이, 대법원장·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해도 절대 직권남용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절대반지의 면책 법리를 오히려 유지한다면? 그 경우 더 이상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의 수호라는 사법부의 책무를 저버린 이 조직에 국민이 더 이상의 신뢰를 둘 필요는 없다. 이런 부끄러운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떤 사법개혁이 필요할까? 한국형 재판개입죄를 신설해야 한다. 나는, 위 대법원 판결 때문에, 법 왜곡죄 같은 별 효과도 없을 입법보다는, 직권남용죄 혹은 부정청탁방지법 벌칙 규정의 구성요건을 개정한 한국형 재판개입죄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노골적인 재판 개입을 해도 직권남용죄 무죄라는 대법관들의 부끄러운 자기 방어용 법리를 입법으로 깨야 한다. 재판소원 제도의 도입은, 이 판결과 무관하게,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위법·위헌의 재판절차 관행을 깨기 위해 당연히 필요하다. 대법원장이나 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해도 직권남용죄 무죄라는 부끄러운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판소원의 정당성을 높여주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다양성 확보에 기여하는 형태 등 전제조건들이 토론되어야겠지만, 대법관 증원의 정당성도 높아질 것이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전 판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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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국의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 등을 이유로 직권남용죄로 기소되다니,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매년 수만 건의 상고 사건에 허덕이는 대법원을 위한 하청법원인 상고법원을 만들기로 다짐한 때부터일 것이다. 대법원을 수백, 수천 건의 중요 사건만 다루는 정책법원으로 탈바꿈시키면 헌법재판소와의 최고법원 위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욕망도 함께 품었을 골드몽릴게임릴게임 것이다.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 등은 사법부의 모든 자원을, 심지어 신성한 재판 기능까지도 차출해 상고법원 신설과 헌재 이겨먹기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이 전방위 로비의 결과물이 박근혜 정권 시기 발생한 이른바 사법농단이다. 다수 체리마스터모바일 의 재판들이 먹잇감이 되어 상고법원 설치와 대법원 위상 강화를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대법원 판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 개입 사건, 공중보건의 기간이 사학연금 재직기간에서 제외되는 것이 위헌이라고 다툰 사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으로 소속 의원들이 의원 지위를 잃는지를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다툰 사건 등등.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나 법관들의 연구회는 사찰의 대상이 되었다. 2015년 상고법원에 반대해 1, 2심 법관 수를 3~4배 늘려 하급심을 강화하자는 연속 칼럼(〈시사IN〉 제418~422호 ‘현직 판사의 작심 고언’ 참조)을 〈시사IN〉에 게재한 나도 사법농단의 유탄, 아니 총격을 정면으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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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검토, 나도 몰랐던 주변의 법관들을 통한 회유, 재산등록사항 불법사찰 등등. 2017년 양승태 대법원장 등이 제왕적 대법원장, 상근 관료법관 중심의 법원행정처 체제를 비판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개최를 방해한 시도가 판사들의 반발을 사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시작되었다.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개최되고 수차례 법원 차 바다이야기게임2 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 개입 등의 행위를 벌인 법관들이 직권남용죄 등으로 기소되어 유무죄 판결을 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겸 전 법원행정처장의 경우 2024년 1심에서는 40여 개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비록 그중 두 개만 유죄로 바뀐 것이긴 하지만, 올해 1월30일 내려진 항소심(2심) 판결에서는 어떻게 유죄가 가능했을까. 우선 1심의 무죄 논리를 이해해보자. 당신이 판사다. 사법행정권을 담당하는 대법원장, 법원장, 수석부장판사가 차례로 전화해서 당신이 하는 재판에 대해 “이렇게 해”라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이게 직권남용죄가 되는가? 안 된다는 게 기존 대법원 판결(2021도11012,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건)과 이에 따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1심 판결의 기묘한 결론이었다. 재판독립은 신성하여 설사 사법행정권자인 법관이더라도 재판부의 판단에 개입할 직권이 없으니, 사실상 재판에 개입해도 직권남용죄는 무죄라는 것이다. 기상천외하지 않은가. 1심이든, 2심이든 재판 개입의 사실관계는 달라진 것이 없다. 율사들의 기만적 법기술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만들어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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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잘 보면 사법행정권자가 재판 관련해 가지는 일반적 직무권한으로 재판과 사건 접수, 기록관리 등 행정사무, 재판 관련 사법지원, 협조요청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면, 즉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인 재판 개입을 하면 직권남용이 되지 않나. 여기서 대법원은 사법행정권자의 재판 관련 직무권한을 여러 개로 쪼갠 다음, 그중 재판부의 판단 관련하여 재판 개입을 할 권한만 쏙 빼내어 이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될 수 없다는 신형 법기술을 선보였다.
종전부터 이런 논리를 폈다면 대부분의 직권남용이 무죄가 되었어야 한다. 위법·부당하게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에 관한 권한만 쪼개서 적시한 다음 이런 위법·부당한 행위를 할 직권은 허용될 수 없으니 직권남용죄는 무죄라고 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에는 이런 쪼개기 기술을 구사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번 양승태 항소심 판결은 원세훈 국정원장 직권남용 관련 대법원 유죄판결을 비롯하여, 유사한 사안에서 월권적 직권남용에서 일반적 직무권한을 인정해 유죄를 인정한 다른 대법원 판례를 5개나 제시했다. 이런 기존 대법원 판결들과 달리 유독 사법행정권자인 법관의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만 후안무치의 법관 면책용 법리를 만들어낸 대법원 2021도11012 판결은 대법원의 일반적이고 확립된 견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전에는 이른바 월권적 직권남용죄도 당연히 유죄라고 하더니, 법관들이 기소되자 월권적인 행위를 요구할 직무상 권한은 없으므로 무죄라는 법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꼬집은 것이다. 정면으로 들이받혀 체면을 구긴 위 대법원 판결의 주심은 민유숙 전 대법관이었고, 현 대법관 천대엽(직전 법원행정처장)이 재판장이었다. 그 외에 전 대법관 조재연(전 법원행정처장), 전 대법관 이동원(현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소부를 이루어 판결했다.
직권남용죄는 2가지 행위유형, 즉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과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판시가 있다. 양승태 항소심 판결은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에게 의무 없는 일로서 재판독립을 침해하는 보고서 작성 등을 하도록 한 것 외에,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재판권 행사를 방해하는 유형의 직권남용죄를 인정했다. 법관의 주관적·내부적 심증 형성 과정은 외부에서의 객관적 검증이 어렵고,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재판 과정의 외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재판 관여 행위로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초래되어 신뢰받지 못하게 되면 그것으로 재판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방해된 것이라고 보았다.
2018년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승소한 피해자와 유가족. ⓒ시사IN 신선영
항소심 판결의 위 2가지 법리는 높이 평가할 부분이지만, 무죄가 난 나머지 45개 공소사실에서의 항소심 판결의 논리 중에는 넘어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 따라서 검찰의 상고장 제출과 무죄 부분을 다투는 상고이유서 제출이 필요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만 상고하거나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상고이유서에서 무죄 부분들을 다투지 않으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부분은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들을 다퉈야 할까.
우선 공범인 법관들은 유죄이지만 양승태·박병대 피고인의 공모를 입증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가 난 부분들이 너무 많다. 대법원이 기존에 범죄집단의 우두머리나 지능범죄 지휘자, 기업 수장들처럼 직접 실행행위를 분담하지는 않기 마련인 배후인물을 처벌하기 위해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던 기준과 비교하면 너무나 엄격한 공모 인정 기준이 적용되었다.
재판의 공정에 대한 의심을 초래할 만한 부적절하거나 위법한 행위이지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만한 위법성, 비난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나온 부분도 다퉈야 한다. ①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관련하여, 외교부 입장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실로 전달한 것, 청와대 설득, 대응 관련 보고서 작성 지시 ②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보고서가 대법원 사건 접수도 전에 재판연구관실에 전달된 것 ③서기호 국회의원 재임용 탈락 사건 관련 재판절차 개입이나 재판을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는 위법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 작성 지시 등을 무죄로 만든 논리이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그 부적절함과 위법의 정도는 충분히 형사처벌할 정도라고 본다. 재판독립이 그렇게 가벼운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무죄판결 이유 중 가장 위험한 부분은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등 사법행정기구가 사법행정권 행사를 빌미로 재판 기능을 건드린 지점들 다수를 사법행정권 범위 내에 있다고 본 부분이다. ①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여러 판결 시나리오를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작성하게 한 부분 ②청와대에 전달할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보고서 작성 지시 ③통진당 해산결정 후 의원직 상실을 다툰 행정소송 관련하여, 대응 TFT 구성원이나 심의관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거나 조한창 수석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를 통해 반정우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 의견을 전달한 부분 ④비판적 의견을 가진 법관들의 표현의 자유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모 관련 보고서 작성 지시, 대한변협 압박,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 법관 징계, 사법행정위원회 추천 개입 관련 보고서 작성 지시 등을 사법행정권 범위 내에 있다거나 직권남용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고 보았다. 최고 사법행정권자이자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의 지위를 다 가진 제왕적 대법원장과 이를 보좌하는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빙자하여 재판 기능을 침식해 들어갔다. 이러한 사법행정권자의 진화된 세련된 재판 개입 책략을 예방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조장·허용하는 취지의 판시이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즉각 상고한 상고심 판결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다룬 다음, 기존 대법원 판결의 부끄럽고 장난스럽기까지 한 법리를 정면으로 깨야 한다. 시민들과 언론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상고심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법리는 사법부의 독립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합에 직권 회부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사건보다 더 중요한 법리이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의 무죄판결 부분을 파기하여 환송하는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사실을 변경하여 다툴 부분도 있다. 항소심 판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일본 기업에 유리한 외교부 의견을 제출받기 위해 벌인 행위는 충분히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본 기업 측을 대리한 법관 출신 전관인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를 재판 외에서 독대해 그 정보를 유출한 행위에 초점을 두어 공무상비밀누설죄만 기소되면서 정작 위 위법·부당한 행위에는 유죄판결이 내려질 수 없었다. 공소사실 동일성 등 법리적 이슈가 있겠지만 직권남용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형태로 공소장을 변경해 다퉈볼 필요가 있다.
항소심 판결이 하급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재판권에 관한 권리행사 방해는 인정하면서,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법관인 김용덕 대법관을 비롯하여 대법관들의 재판권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는 인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특히 공소사실에서 심의관 등에 대한 보고서 작성 지시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기소한 것이 많은데,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관, 재판연구관 등의 재판권 행사를 방해하는 형태의 공소사실도 대폭 추가하여 다툴 필요가 있다.
최고법원으로서의 자격이 달린 판결
2018년 10월30일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 참석한 대법관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재판 관여 행위로 해당 재판의 당사자들인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관한 권리행사가 방해된 부분이 공소사실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재판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권리행사 방해 사실을 재판 개입이 문제가 된 공소사실에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이 파기환송심에서 일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슬프게도, 만약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원이, 대법원장·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해도 절대 직권남용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절대반지의 면책 법리를 오히려 유지한다면? 그 경우 더 이상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의 수호라는 사법부의 책무를 저버린 이 조직에 국민이 더 이상의 신뢰를 둘 필요는 없다. 이런 부끄러운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떤 사법개혁이 필요할까? 한국형 재판개입죄를 신설해야 한다. 나는, 위 대법원 판결 때문에, 법 왜곡죄 같은 별 효과도 없을 입법보다는, 직권남용죄 혹은 부정청탁방지법 벌칙 규정의 구성요건을 개정한 한국형 재판개입죄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노골적인 재판 개입을 해도 직권남용죄 무죄라는 대법관들의 부끄러운 자기 방어용 법리를 입법으로 깨야 한다. 재판소원 제도의 도입은, 이 판결과 무관하게,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위법·위헌의 재판절차 관행을 깨기 위해 당연히 필요하다. 대법원장이나 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해도 직권남용죄 무죄라는 부끄러운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판소원의 정당성을 높여주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다양성 확보에 기여하는 형태 등 전제조건들이 토론되어야겠지만, 대법관 증원의 정당성도 높아질 것이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전 판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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