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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막대기지난 9월 16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이 내려진 후 피란민들이 소지품을 들고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거짓으로 진실을 숨기려 해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란 뜻이다. 이 말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행위에 적용해본다면 ‘손바닥’은 이스라엘의 선전용 거짓 주장이요, ‘하늘’은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있는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범죄가 될 것이다.
진실은 이스라엘의 손가락 틈으로 끝없이 새어 나왔다. 굶어 죽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지난 8월 유엔 기구 등으로 구성된 통합식량안보단계 채권 브로커 (IPC)가 가자지구에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선포했다. 같은 달 세계적 집단학살 전문 연구자들로 이뤄진 국제집단학살학자협회(IAGS)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9월 16일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독립적 조사위원회가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 현대스위스저축은행햇살론 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더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행위를 부정하기 어려워졌다. 7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2023년 10월 7일부터 2025년 7월 31일까지 벌인 조사를 기반으로, 1948년 제정된 집단학살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집단학살 협약)에 근거해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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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건물이 붕괴하며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남북
이스라엘, 네 가지 집단학살 행위 저질러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 협약에 정의된 다섯 가지 집단학살 행위 가운데 네 가지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집단학살은 국민적·인종적·민족적 또 농협 전세자금대출 금리 는 종교적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행해지며 ▲집단 구성원을 살해하는 것 ▲집단 구성원에 대해 중대한 육체적·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것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육체적 파괴를 초래할 목적으로 의도된 생활 조건을 집단에 고의로 부과하는 것 ▲집단 내 출생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 조치를 부과하는 것 ▲집단 내 아동을 강제적으로 타 집단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다섯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더라도 집단학살로 판정할 수 있지만,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이중 강제 이동을 제외한 네 가지 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6만5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보고서는 사망자 가운데 83%가 민간인으로 추정되며, 1만8000명이 넘는 어린이와 1만여명의 여성이 사망했다고 기록했다. 가자지구 주민의 기대 수명은 전쟁 발발 1년 만에 75.5세에서 40.5세로 내려앉았다.
주거지,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이 대규모로 파괴됐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2월 전체 564개의 학교 중 70%에 달하는 396개 학교가 직접 타격을 입었다. 2023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1581명의 의료진이 사망했으며, 180대 이상의 구급차가 공격을 받았다. 문화유산과 종교시설, 박물관 등도 다수 파괴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시작하고 전기, 물, 식량, 연료를 차단하면서 가자지구의 기근이 심각해졌다. 아동, 임산부 등 수만명이 영양실조와 질병에 시달렸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품의 공급을 무기화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남부의 나세르 병원에서 촬영된 영양실조에 걸린 두 살배기 아이의 모습 / AP연합뉴스
보고서는 특히 이스라엘군이 어린이를 직접 표적으로 삼은 것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광범위하고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것”이 “현재의 어린이뿐 아니라 미래에 자녀를 가질 가능성까지 제거해 (팔레스타인) 집단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가자지구에 광범위한 기아가 아이들의 정상적 발달을 가로막아 신체 발달뿐 아니라 언어 발달에도 지장을 주며, 인지 능력이 손상돼 성인이 돼서도 오랫동안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한 의사는 “가자지구에서 아동기의 본질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학살이 성립되려면 행위 자체뿐 아니라 의도도 중요하다. 보고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이 집단학살을 선동했으며 공개적 발언 등을 통해 집단학살 의도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그 사악한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겠다”(네타냐후 총리), “가자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헤르초그 대통령),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다”(갈란트 전 장관)며 팔레스타인인을 비인간화하고 가자지구 파괴와 집단적 처벌을 강조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조사위원회의 나비 필레이 위원장은 “이러한 잔혹 행위에 대한 책임은 이스라엘 당국 최고위층에 있으며, 이들은 거의 2년 동안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집단을 파괴하려는 구체적 의도로 집단학살을 조직해왔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은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유엔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를 계속했다. 이스라엘은 “왜곡되고 허위인 보고서”라며 보고서 작성자들이 “하마스의 대리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비난이 무색하게도 조사위원회를 이끄는 필레이 위원장은 유엔 최고인권대표를 지내고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를 지낸 국제적 인권 전문가이며, 이 위원회는 2021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설립한 독립적인 국제 조사위원회다.
필레이 위원장은 오랜 조사 끝 ‘집단학살’이라는 고통스러운 결론을 내린 뒤 그 공을 국제사회로 돌린다. 그는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자행한 집단학살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 집단학살의 명백한 징후와 증거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의 부재는 공모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무기와 군사 지원을 중단하고, 대량 이주와 파괴를 중단하고, 살인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사회도 뒤늦게나마 응답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는 움직임이다. 제80회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를 맞아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 벨기에 등 서방 주요국들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가 이미 초토화되고 서안지구에 이스라엘의 대규모 정착촌 건설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상징적·선언적 의미가 크다. 이스라엘을 실질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경제 제재, 무기 금수 조치 등 강력한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필레이 위원장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물었다. “모든 정부, 모든 지도자, 모든 시민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해 주시길 촉구합니다. 가자지구가 완전히 불타버리는 동안 우리 자녀와 손주들이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것입니까?”
여기에 우리는, 한국은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과 동맹 관계가 중요한 한국은 아직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주요 20개국(G20) 국가 가운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5개국뿐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