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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이윤진 기자]
▲ 남반구의 여성 농부들.
ⓒ 액션에이드
방글라데시 남부의 들판이 초록에서 황금으로 물들던 옛 시절, 더러 힘든 날이 있었지만 농부는 벼를 수확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릴게임사이트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기후친화 농업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시작돼 논이 사라지고 망고밭이 들어섰다. 메탄 배출은 줄었지만 밥상과 일자리가 함께 사라졌다.
국제사회가 환호한 성공적 탄소 감축의 그늘에는 삶의 계산에서 빠진 사람들의 얼굴이 있다. 망고는 해마다 한 번만 수확되었고 시장 접근성이 낮았다. 지역 경제는 곧 릴게임온라인 무너졌고 가계 소득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벼 농업은 연 2회 수확이 가능했으며 수확과 가공, 마케팅, 2차 산업까지 여성의 노동이 촘촘히 연결된 생계의 망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러한 노동과 생활 구조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새 농업의 설계에 반영하지 못했다.
농학자들은 수익 극대화와 비용 최소화에만 초점을 맞췄고 정책은 온라인릴게임 소수 농민과 토지소유자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지역사회는 생계 위기와 사회적 불안을 동시에 겪게 되었다.[1] [2]
방글라데시의 실패는 오늘날 국제 기후재정이 안고 있는 근본적 모순을 압축한다. 기후행동이 점점 탄소 단위 효율성으로 환원될수록 인간 생계와 정의 문제는 주변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언제나 남반구 검증완료릴게임 의 농민, 여성, 토착 공동체가 서 있다.
전 세계의 빈곤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국제 비정부기구 액션에이드(ActionAid)는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지역사회 구성원 생계 구조를 평가했다면 이런 기후친화적 실패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3]
브라질 바이오연료 산업, '녹색식민주의'의 그림 바다신릴게임 자
브라질 정부는 2010년대 중반, 탄소 감축을 위한 청정연료 전략으로 바이오에탄올 산업을 확대했다. 정부는 사탕수수 재배를 위한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허가했고 외국 자본이 북동부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결과는 환경과 정의 양쪽에서 모두 실패였다. 수천 명의 소농과 토착 공동체가 토지를 잃고 도시 외곽으로 내몰렸다. 여성들은 비공식 노동자로 전락했고 사탕수수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며 극심한 착취에 시달렸다.
바이오연료는 탄소중립의 상징으로 홍보되었지만, 이면에는 인권과 생태의 이중 붕괴가 자리했다. 액션에이드는 이러한 구조를 "탄소 감축의 언어로 포장된 신식민 구조"라 부른다. 북반구 기업은 탄소 배출권을 얻고 남반구의 농민은 생계를 잃는다. 이것이 기후식민주의의 작동 방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석탄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정부는 2020년 이후 '정의로운 전환 프레임워크'를 내세워 탈석탄 정책을 추진했지만, 그 과정은 '노동 없는 정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석탄 지역 수십만 노동자가 생계 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었고, 정부가 약속한 재교육/보조금 정책은 실행되지 않았다. 국제기구는 "탄소 감축은 있었으나 사회적 전환은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남아공 사례는 기후정의 핵심 질문인 "누가 전환의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탈탄소가 곧 정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진행된 농업 기후적응 프로젝트 역시 정의로운 전환의 이름 아래 젠더 불평등을 심화했다. 국제개발은행(IDB)의 지원으로 수자원 관리와 농업 생산성을 높이려 했지만, 프로젝트 설계 단계에서 여성 농민의 토지 접근권과 의사 결정권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남성 토지 소유주 중심 구조가 강화하며 여성은 비공식 노동자로 남았다. 기후정의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4]
2.8%의 냉혹한 수치, 돈은 정의를 외면
▲ 다자간 기후재정이 정의로운 전환에 쓰인 비율.
ⓒ 액션에이드 보고서(2025)
지난 10년의 다자간 기후재정, 녹색기후기금(GCF)과 기후투자기금(CIF)의 재정 흐름을 분석한 액션에이드의 보고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후 재정'(2025)에 따르면 결과는 냉혹하다. 전체 기후 완화 자금 중 정의로운 전환에 직접 쓰인 비율은 고작 2.8%로 총액으로는 6억 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기후 완화에 쓰이는 35달러 중 단 1달러만이 사람 중심의 전환을 위해 투자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대부분은 북반구 개발은행과 국제금융기관이 설계한 기술 중심 사업이었다. 보고서는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의 요트 구입비(6억 3500만 달러)가 남반구 전체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보다 많다"라고 꼬집었다.[5]
액션에이드는 GCF, CIF의 (기후위기) 완화 활동 관련 자금 지원 제안서를 대상으로 정량적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은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과 성과를 나타내는 10가지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지표는 ①참여적이고 포용적인 절차 ②지역주도 조직에 대한 직접적 재정 지원 ③경제 또는 생계 다각화에 대한 지원 ④훈련, 지원, 교육 및 기술 역량 강화 ⑤사회보호 및 공공서비스 ⑥보조금 기반의 자금 지원 ⑦에너지 및 식량 접근성 개선 ⑧권리 확보 및 보호 ⑨성평등 포용성 ⑩에너지 및 농업 부문의 변혁적 실천 등이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다자간 기후재정은 기후 행동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거나 지원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참여, 권리, 생계에 충분히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 GCF는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매우 불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전체 프로젝트 중 18개당 1개만이 기후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여성,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원했다. GCF의 완화 프로젝트의 5.6%, 전체 재정 지원의 3.6%만 10가지 정의로운 전환 지표 중 5개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프로젝트 중 단 3개만이 10개 지표 중 7개 이상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CIF는 실제로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는 데 거의 실패했으며, 공개된 프로젝트 제안서 중 단 2건만이 정의로운 전환에 근거하고 있었다. 특히 사회정의 관련 대부분의 지표에서 매우 저조한 성과를 보였고 계획서 내에서 구체적 활동을 요구하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역사적으로 북반구 산업국가에 있지만 대응 자금은 여전히 북반구가 배분하고 남반구가 빚을 지는 구조로 진행된다.[7] 이러한 불균형은 재정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불평등을 일컫는 개념이 바로 기후식민주의의 작동이다. 녹색식민주의, 녹색제국주의라고도 하는 기후식민주의는 북반구 중심 탄소 감축, 기술 이전, 시장 기반 해법이 남반구와 토착 공동체, 영토, 자원, 노동을 다시 한번 식민화한 것을 뜻한다.
캐나다 토착민 연구자 데보라 맥그리거는 "기후식민주의는 단지 환경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라고 말한다. 토착민과 남반구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축적한 생태적 지식은 배제되고 대신 북반구의 기술/자본/정책이 보편적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19세기 제국주의가 문명화 사명을 내세워 식민화를 정당화한 논리와 다르지 않다. 지금 국제기후정책은 탄소 감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환경 문명화를 추진하고 있다.
▲ GCF와 CIF의 완화 프로젝트 제안서 중 정의로운 전환 지표와 일치하는 비율.
ⓒ 액션에이드 보고서(2025)
자본의 언어로 번역된 숲, 확장되는 식민주의
기후식민주의는 이제 국경을 넘는다. 유엔이 주도하는 개발도상국의 산림 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REDD+) 프로그램은 탄소 배출권 거래를 통해 열대림 파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05년 출범 후 2007년 발리 당사국총회(COP13)에서 기존 REDD의 두 가지 요소(산림 파괴 및 퇴화 방지)에 3가지 활동(산림 보전,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 산림 탄소 흡수원 확충)이 추가되며 '+'가 붙었다.
그러나 많은 토착민 단체는 REDD+가 사실상 탄소 식민주의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제도 아래, 산림은 더 이상 공동체의 생활 터전이 아니라 탄소 저장고라는 금융 자산으로 전환된다.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 한 그루의 가치는 달러로 환산되고 그 산림을 관리해 온 지역 공동체의 권리는 시장 가격표에 묻힌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REDD+ 사업으로 토착민이 불법 거주자로 낙인 찍혀 강제 이주 당한 사례가 보고된다. REDD+가 숲을 구했다는 보고는 많지만 숲의 사람들을 구했다는 보고는 하나도 없다.
기후정의 담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다자간 개발은행과 민간투자자들은 그린 금융(Green Finance)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구축했다. 문제는 자본의 흐름이 대부분 탄소 배출권, 청정기술, 인프라 프로젝트로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정의보다 측정 가능성이 우선되는 구조를 의미하며 이에 따라 사람은 다시 배제된다. 기후위기는 숫자로 관리되고 인간의 고통은 통계로 희석된다. 그리고 이 계산은 언제나 북반구의 금융언어로 기록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상한 기술적 접근 역시 데이터 식민주의의 문제를 낳는다. 위성, 센서, 인공지능(AI) 모델로 구축되는 환경 데이터는 대부분 글로벌 기업과 북반구 연구기관이 독점한다. 남반구 국가와 토착 공동체는 자신들의 생태 정보조차 외부의 서버에 의존해 보고해야 하는 구조로 내몰렸다. 데이터를 가진 자가 정책을 설계하고 토착민은 관측 대상으로만 존재한다. 토착 지식은 과학적 근거로 인정받지 못하고 기후 지식 식민화가 진행된다.
기후식민주의를 연구한 학자 투크와 양은 유명한 논문 '은유가 아닌 탈식민화'에서 "탈식민화는 은유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사고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실제로 땅을 되돌려주는 행위"라고 말했다.[9] 그의 주장은 기후정의 논의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오늘날의 기후협력, 녹색전환, 탄소중립은 언뜻 탈식민주의 언어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자원·데이터·영토의 재식민화 과정을 은폐할 때가 많다. 구원과 개발의 담론은 여전히 북반구에서 나온다. 토착민과 남반구 공동체는 구제자, 피혜택자의 자리에 남는다. 그들의 생태적 실천은 참여라는 이름으로 기술 프로젝트의 하위 구조로 편입된다.
글: 이윤진 SDG경영연구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 남반구의 여성 농부들.
ⓒ 액션에이드
방글라데시 남부의 들판이 초록에서 황금으로 물들던 옛 시절, 더러 힘든 날이 있었지만 농부는 벼를 수확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릴게임사이트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기후친화 농업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시작돼 논이 사라지고 망고밭이 들어섰다. 메탄 배출은 줄었지만 밥상과 일자리가 함께 사라졌다.
국제사회가 환호한 성공적 탄소 감축의 그늘에는 삶의 계산에서 빠진 사람들의 얼굴이 있다. 망고는 해마다 한 번만 수확되었고 시장 접근성이 낮았다. 지역 경제는 곧 릴게임온라인 무너졌고 가계 소득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벼 농업은 연 2회 수확이 가능했으며 수확과 가공, 마케팅, 2차 산업까지 여성의 노동이 촘촘히 연결된 생계의 망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러한 노동과 생활 구조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새 농업의 설계에 반영하지 못했다.
농학자들은 수익 극대화와 비용 최소화에만 초점을 맞췄고 정책은 온라인릴게임 소수 농민과 토지소유자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지역사회는 생계 위기와 사회적 불안을 동시에 겪게 되었다.[1] [2]
방글라데시의 실패는 오늘날 국제 기후재정이 안고 있는 근본적 모순을 압축한다. 기후행동이 점점 탄소 단위 효율성으로 환원될수록 인간 생계와 정의 문제는 주변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언제나 남반구 검증완료릴게임 의 농민, 여성, 토착 공동체가 서 있다.
전 세계의 빈곤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국제 비정부기구 액션에이드(ActionAid)는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지역사회 구성원 생계 구조를 평가했다면 이런 기후친화적 실패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3]
브라질 바이오연료 산업, '녹색식민주의'의 그림 바다신릴게임 자
브라질 정부는 2010년대 중반, 탄소 감축을 위한 청정연료 전략으로 바이오에탄올 산업을 확대했다. 정부는 사탕수수 재배를 위한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허가했고 외국 자본이 북동부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결과는 환경과 정의 양쪽에서 모두 실패였다. 수천 명의 소농과 토착 공동체가 토지를 잃고 도시 외곽으로 내몰렸다. 여성들은 비공식 노동자로 전락했고 사탕수수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며 극심한 착취에 시달렸다.
바이오연료는 탄소중립의 상징으로 홍보되었지만, 이면에는 인권과 생태의 이중 붕괴가 자리했다. 액션에이드는 이러한 구조를 "탄소 감축의 언어로 포장된 신식민 구조"라 부른다. 북반구 기업은 탄소 배출권을 얻고 남반구의 농민은 생계를 잃는다. 이것이 기후식민주의의 작동 방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석탄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정부는 2020년 이후 '정의로운 전환 프레임워크'를 내세워 탈석탄 정책을 추진했지만, 그 과정은 '노동 없는 정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석탄 지역 수십만 노동자가 생계 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었고, 정부가 약속한 재교육/보조금 정책은 실행되지 않았다. 국제기구는 "탄소 감축은 있었으나 사회적 전환은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남아공 사례는 기후정의 핵심 질문인 "누가 전환의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탈탄소가 곧 정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진행된 농업 기후적응 프로젝트 역시 정의로운 전환의 이름 아래 젠더 불평등을 심화했다. 국제개발은행(IDB)의 지원으로 수자원 관리와 농업 생산성을 높이려 했지만, 프로젝트 설계 단계에서 여성 농민의 토지 접근권과 의사 결정권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남성 토지 소유주 중심 구조가 강화하며 여성은 비공식 노동자로 남았다. 기후정의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4]
2.8%의 냉혹한 수치, 돈은 정의를 외면
▲ 다자간 기후재정이 정의로운 전환에 쓰인 비율.
ⓒ 액션에이드 보고서(2025)
지난 10년의 다자간 기후재정, 녹색기후기금(GCF)과 기후투자기금(CIF)의 재정 흐름을 분석한 액션에이드의 보고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후 재정'(2025)에 따르면 결과는 냉혹하다. 전체 기후 완화 자금 중 정의로운 전환에 직접 쓰인 비율은 고작 2.8%로 총액으로는 6억 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기후 완화에 쓰이는 35달러 중 단 1달러만이 사람 중심의 전환을 위해 투자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대부분은 북반구 개발은행과 국제금융기관이 설계한 기술 중심 사업이었다. 보고서는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의 요트 구입비(6억 3500만 달러)가 남반구 전체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보다 많다"라고 꼬집었다.[5]
액션에이드는 GCF, CIF의 (기후위기) 완화 활동 관련 자금 지원 제안서를 대상으로 정량적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은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과 성과를 나타내는 10가지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지표는 ①참여적이고 포용적인 절차 ②지역주도 조직에 대한 직접적 재정 지원 ③경제 또는 생계 다각화에 대한 지원 ④훈련, 지원, 교육 및 기술 역량 강화 ⑤사회보호 및 공공서비스 ⑥보조금 기반의 자금 지원 ⑦에너지 및 식량 접근성 개선 ⑧권리 확보 및 보호 ⑨성평등 포용성 ⑩에너지 및 농업 부문의 변혁적 실천 등이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다자간 기후재정은 기후 행동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거나 지원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참여, 권리, 생계에 충분히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 GCF는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매우 불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전체 프로젝트 중 18개당 1개만이 기후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여성,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원했다. GCF의 완화 프로젝트의 5.6%, 전체 재정 지원의 3.6%만 10가지 정의로운 전환 지표 중 5개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프로젝트 중 단 3개만이 10개 지표 중 7개 이상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CIF는 실제로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는 데 거의 실패했으며, 공개된 프로젝트 제안서 중 단 2건만이 정의로운 전환에 근거하고 있었다. 특히 사회정의 관련 대부분의 지표에서 매우 저조한 성과를 보였고 계획서 내에서 구체적 활동을 요구하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역사적으로 북반구 산업국가에 있지만 대응 자금은 여전히 북반구가 배분하고 남반구가 빚을 지는 구조로 진행된다.[7] 이러한 불균형은 재정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불평등을 일컫는 개념이 바로 기후식민주의의 작동이다. 녹색식민주의, 녹색제국주의라고도 하는 기후식민주의는 북반구 중심 탄소 감축, 기술 이전, 시장 기반 해법이 남반구와 토착 공동체, 영토, 자원, 노동을 다시 한번 식민화한 것을 뜻한다.
캐나다 토착민 연구자 데보라 맥그리거는 "기후식민주의는 단지 환경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라고 말한다. 토착민과 남반구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축적한 생태적 지식은 배제되고 대신 북반구의 기술/자본/정책이 보편적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19세기 제국주의가 문명화 사명을 내세워 식민화를 정당화한 논리와 다르지 않다. 지금 국제기후정책은 탄소 감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환경 문명화를 추진하고 있다.
▲ GCF와 CIF의 완화 프로젝트 제안서 중 정의로운 전환 지표와 일치하는 비율.
ⓒ 액션에이드 보고서(2025)
자본의 언어로 번역된 숲, 확장되는 식민주의
기후식민주의는 이제 국경을 넘는다. 유엔이 주도하는 개발도상국의 산림 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REDD+) 프로그램은 탄소 배출권 거래를 통해 열대림 파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05년 출범 후 2007년 발리 당사국총회(COP13)에서 기존 REDD의 두 가지 요소(산림 파괴 및 퇴화 방지)에 3가지 활동(산림 보전,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 산림 탄소 흡수원 확충)이 추가되며 '+'가 붙었다.
그러나 많은 토착민 단체는 REDD+가 사실상 탄소 식민주의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제도 아래, 산림은 더 이상 공동체의 생활 터전이 아니라 탄소 저장고라는 금융 자산으로 전환된다.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 한 그루의 가치는 달러로 환산되고 그 산림을 관리해 온 지역 공동체의 권리는 시장 가격표에 묻힌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REDD+ 사업으로 토착민이 불법 거주자로 낙인 찍혀 강제 이주 당한 사례가 보고된다. REDD+가 숲을 구했다는 보고는 많지만 숲의 사람들을 구했다는 보고는 하나도 없다.
기후정의 담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다자간 개발은행과 민간투자자들은 그린 금융(Green Finance)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구축했다. 문제는 자본의 흐름이 대부분 탄소 배출권, 청정기술, 인프라 프로젝트로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정의보다 측정 가능성이 우선되는 구조를 의미하며 이에 따라 사람은 다시 배제된다. 기후위기는 숫자로 관리되고 인간의 고통은 통계로 희석된다. 그리고 이 계산은 언제나 북반구의 금융언어로 기록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상한 기술적 접근 역시 데이터 식민주의의 문제를 낳는다. 위성, 센서, 인공지능(AI) 모델로 구축되는 환경 데이터는 대부분 글로벌 기업과 북반구 연구기관이 독점한다. 남반구 국가와 토착 공동체는 자신들의 생태 정보조차 외부의 서버에 의존해 보고해야 하는 구조로 내몰렸다. 데이터를 가진 자가 정책을 설계하고 토착민은 관측 대상으로만 존재한다. 토착 지식은 과학적 근거로 인정받지 못하고 기후 지식 식민화가 진행된다.
기후식민주의를 연구한 학자 투크와 양은 유명한 논문 '은유가 아닌 탈식민화'에서 "탈식민화는 은유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사고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실제로 땅을 되돌려주는 행위"라고 말했다.[9] 그의 주장은 기후정의 논의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오늘날의 기후협력, 녹색전환, 탄소중립은 언뜻 탈식민주의 언어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자원·데이터·영토의 재식민화 과정을 은폐할 때가 많다. 구원과 개발의 담론은 여전히 북반구에서 나온다. 토착민과 남반구 공동체는 구제자, 피혜택자의 자리에 남는다. 그들의 생태적 실천은 참여라는 이름으로 기술 프로젝트의 하위 구조로 편입된다.
글: 이윤진 SDG경영연구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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